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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불균형, 경제 다극화와 재균형, 글로벌 경제, 경제 이야기

경제

by 경제학자 양나희 2025. 5. 1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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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대국인 왜 미국은 늘 무역적자국인데도 세계 경제를 주도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은 경제라는 개념을 이해하기가 쉽지않다는 느낌을 가져옵니다. 이러한 의구심은 마치 세계 경제 지도에서 북반구만이 넓게 그려진 지도를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어딘가 기울여져 있는 운동장, 그 위에서 벌어지는 글로벌 경제의 경기. 그 기울어진 각도는 달러 패권이 정해놓은 질서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무역수지, 경상수지, 자본계정, 통화정책, 지정학까지. 이 모든 요소가 하나의 톱니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세계 경제 속에서 우리는 경제는 숫자의 싸움이 아니라 권력의 배분이다라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경제란 돈의 흐름만 봐서는 안된다
경제란 돈의 흐름만 봐서는 안된다

달러 불균형

달러는 신뢰라는 제국의 이름으로 전 세계 대부분의 무역이 달러로 결제됩니다. 원유도, 반도체도, 곡물도 달러로 가격이 책정되고, 달러로 거래됩니다. 이 말은 곧, 달러를 찍어낼 수 있는 나라인 미국이 가진 특권은 무제한적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미국은 1971년 닉슨 쇼크 이후 금태환을 포기하고 완전한 불환지폐 체제로 돌입합니다. 그때부터 달러는 말 그대로 미국 정부에 대한 신뢰로 유지되는 화폐가 되었고, 그 결과 전 세계는 달러에 종속된 채로 국제 거래를 이어오게 됩니다. 미국은 달러화로 외국의 자산을 계속 끌어올 수 있기 때문에 적자는 신경쓰지 않아 보입니다. 미국은 무역적자를 통해 전 세계에 달러를 공급하고, 이 달러는 다시 미국의 국채나 주식시장으로 돌아옵니다. 이 과정을 우리는 경제학적으로 트리핀 딜레마라고 부릅니다. 즉, 기축통화국은 자국 경제를 희생하면서까지 달러를 공급해야만 하고 그 반대 급부로는 지속적인 자산시장 수요와 저금리 유지라는 이득을 보게 됩니다. 한국, 독일, 일본, 그리고 최근의 중국처럼 무역흑자국은 이 달러를 벌기 위해 자국 내 소비를 억제하고, 수출 중심의 산업 구조를 고수합니다. 결국 글로벌 경제는 소비하는 미국과 생산하는 아시아·유럽이라는 이분법 속에 구조화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글로벌 불균형의 정치경제적 본질입니다.

경제 다극화와 재균형

이 모든 경제 흐름이 시장 논리가 아닌 정치적 판단과 외교적 전략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점은 시장의 개념을 무색하게 합니다.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이나 디지털 위안화를 앞세워 달러 중심 질서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습니다. 유럽은 유로화를 통한 독자 노선을 구축하려 하지만 내부 분열과 경제력 격차로 여전히 달러의 그늘 아래 있습니다. 심지어 IMF의 특별인출권 개혁조차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줄다리기 속에서 실질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즉, 통화질서의 문제는 경제의 문제를 넘어 세계질서를 둘러싼 힘의 재편 문제로 번져가고 있습니다. 경제는 더 이상 시장의 논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복잡한 정치경제 시스템이 되어버렸습니다.

 

누군가는 시장을 신뢰라 하고, 또 누군가는 시장을 신기루라 말합니다. 우리는 지금, 거대한 불균형의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그 불균형은 단지 통계상의 이상값이 아닙니다. 그것은 세계 자본주의가 구조적으로 만들어낸 정치경제적 패턴입니다. 글로벌 불균형의 주체도 해결책도 누구의 탓을 돌리기엔 어려운 일입니다. 이것은 국가 간의 협상력, 제도 설계의 우위, 경제철학의 차이가 맞물려 발생하는 총체적인 구조입니다. 결국 국제경제질서를 바꾸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환율 조정이나 금리 변화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전환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글로벌 경제의 핵심

현재 글로벌 경제는 중대한 전환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미국의 패권이 점차 도전받고 있고, 중국의 부상과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 그룹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달러 중심의 일극 체제에서 SDR 기반의 다극 체제, 나아가 디지털 통화 질서로의 전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경제란, 단지 수치나 지표만의 세계가 아니라 국가의 역사, 철학, 정치체계가 한데 얽힌 복합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글로벌 불균형은 마치 얇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얼음판 위의 무대처럼 보입니다. 겉으로는 움직이지만, 그 안의 균열은 점점 깊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경제는 성장률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누가 성장의 과실을 가져가는가가 핵심입니다. 자산 가격의 상승은 소득과 무관하게 부의 축적을 가능케 했습니다. 이로 인해 노동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저하되었고,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닌 일찍 사두는 것이 보상이 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자산 불평등은 정치적 양극화, 세대 갈등, 이주민 문제와 연결되어 사회 전체의 신뢰 기반을 허물어가고 있습니다. 경제를 자연현상처럼 여기는 순간,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잃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사람, 공동체, 그리고 미래에 대한 책임입니다.

마치며

우리는 이제 경제성장을 이야기할 때 불균형을 줄이는 성장, 자산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경제를 말해야 합니다. 그 첫걸음은 경제는 조정 가능하다는 믿음을 되찾는 일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다시 경제를, 그리고 세상을 바꿔갈 수 있습니다. 글로벌 불균형의 정치경제학은 단지 학술적 개념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 경제의 본질을 꿰뚫는 실존적 질문입니다. 경제가 권력이고, 화폐가 무기이며, 무역이 외교가 되는 이 시대에 우리는 더 이상 숫자만을 보고 경제를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균형이 깨진 이 세계에서, 진정한 재균형은 누가, 어떻게 이뤄낼 수 있을지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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