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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산업, 기후 위기 시대 경제, 경제 이야기

경제

by 경제학자 양나희 2025. 5. 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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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은 새로운 경제 차원에서의 블루오션입니다. 21세기 경제 전쟁터에서 승기를 잡는 국가는 자원, 인구, 기술력만으로는 이제 충분치 않습니다. 기후위기와 지정학적 긴장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오늘날, 진정한 경제 패권의 기준은 녹색 산업 전략을 얼마나 정교하게 수립하고, 실행에 옮겼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 친환경 기술의 리더십을 확보한 나라만이 글로벌 경제의 심장부에 들어설 수 있습니다. 녹색은 곧 경제라는 등식이, 더 이상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몸소 체감하고 있습니다.

녹색은 새로운 경제 파급력을 가져온다
녹색은 새로운 경제 파급력을 가져온다

기후 위기 시대의 경제 전략

산업 전환의 파고는 단지 기술 진보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요셉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는 오늘날 녹색 산업이라는 파괴적 혁신에 의해 다시금 해석되고 있습니다. 녹색 산업 전략은 전체적으로 생산 체계 전반의 구조적 재편을 요구합니다. 이는 고전적 산업정책이 추구하던 선택과 집중의 논리에서 벗어나, 시스템 혁신이라는 메가트렌드 속으로 경제를 투입시키는 것입니다. 경제학적으로 보자면 이는 동태적 비교우위 개념과도 연결됩니다. 한 국가가 고정된 자원과 생산능력만으로 경쟁력을 정의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이제는 누가 먼저 녹색 가치사슬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외부효과를 내부화하느냐가 핵심입니다. 이는 시장 실패에 대응하는 정부 개입의 새로운 정당성도 제공합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은 도덕적 명제를 떠나서 냉엄한 경제 전략의 문제입니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 그리고 중국의 녹색 실크로드 전략까지. 각국은 기후위기를 경제무기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자국 산업의 재정비는 물론, 국제 무역 질서를 재편하려 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적으로 이는 무역의 정치경제학과 비관세장벽의 교차지점에 해당합니다. 특히 탄소세와 같은 환경 규제가 글로벌 무역에서 보이지 않는 관세 역할을 하며, 개도국과 선진국 간의 구조적 긴장을 재부상시키고 있습니다. 경제 주체 간의 탄소비용 인식 차이는 생산성과 효율성 문제를 넘어, 국가 간 경쟁력의 불균형으로 직결됩니다.

 

녹색 산업 전략이 단지 에너지 전환, 신재생 기술에 국한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실제로 녹색 산업은 노동시장, 금융, R&D, 인프라까지 포괄하는 범경제적 프로젝트입니다. 예컨대, 녹색 일자리의 창출은 단순 고용효과를 넘어 노동력의 구조적 전환을 수반합니다. 이는 인적 자본 축적 방식 자체를 바꾸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금융시장 또한 빠르게 녹색화를 추구합니다. ESG 투자와 녹색 채권의 폭발적 성장은 시장 내부의 신호로 작용하며, 민간 경제 주체들에게 전략적 전환을 강요합니다. 특히 녹색 기술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은 외부효과를 내부화하는 전형적 시장교정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며, 자원의 최적 배분이라는 경제의 근본적 과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경제와 에너지의 재정렬

현재 우리는 에너지 전환과 경제적 안정이라는 두 축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요구받는 시기입니다. 이는 트릴레마라고 불리는 문제의 연장선입니다. , 에너지의 지속 가능성, 경제 효율성, 에너지 안보 등, 이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극도로 복합적인 시대적 과제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녹색 산업 전략의 본질 기존 화석연료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을 완전히 재편하는, 말 그대로 산업 구조의 해체와 재조립입니다. 석탄과 석유에서 리튬, 코발트, 니켈, 희토류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으며, 이 광물 자원은 이제 전략 무기로 간주됩니다. 가장 극명한 예는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입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기술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광물의 확보와 전처리, 정제, 조립, 폐기 후 재활용까지를 포괄하는 전체 밸류체인의 장악력입니다. 이를 광물,소재,배터리,차량으로 이어지는 수직 통합형 공급망 전략이라고 부릅니다.

 

칠레는 세계 리튬의 약 30%를 생산하고 있지만, 정제 기술이 부족해 중국과 한국, 일본 등지에 수출한 뒤 다시 가공된 형태로 되돌아옵니다. 중국은 리튬, 니켈, 코발트의 정제 및 가공 비율이 글로벌 시장에서 각각 60~80%에 달하며, 배터리 셀 제조에서도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이는 곧 배터리 주도권은 기술이 아니라 자원 가공능력에서 결정된다는 경제적 역설을 보여줍니다. 유럽연합은 이러한 자원 편중에 대응해, 유럽 원자재법을 발표하며 공급망의 전략적 자립성 확보에 나섰습니다. 경제학적으로 전략적 산업 정책의 필요성이 강조되며, 무역의 내생성, 중간재 분업체계의 의존성 같은 고급 개념들이 동원되어야 합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흐름은 공급망의 리쇼어링 또는 프렌드쇼어링 입니다.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국가들은 자국 내 공급 안정성 확보를 위해, 지정학적 우방국과의 녹색 산업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녹색 보호주의 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부상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북미에서 생산된 부품과 광물에만 전기차 세액공제를 허용하며, 사실상 중국산 배터리를 차단했다.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를 통해 수입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며, 자국 산업 보호와 글로벌 탄소 감축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전통적 비교우위 이론과 자유무역 모델에 대한 도전이기도 합니다. 이제 국가는 탄소라는 기준을 무역정책에 도입함으로써, 자국 경제를 기후위기 프레임 속에서 다시 조직하고 있습니다. 이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시장실패에 대한 제도적 대응이자, 외부효과의 규범적 내부화라는 새로운 정책론적 해석이 가능합니다.

녹색 위기속의 한국

한국과 같은 경제 중견국에겐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대한민국은 소재·부품·장비 산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배터리 셀 제조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의 기업이 글로벌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원자재의 안정적 확보, 그리고 리사이클링 기반의 순환경제 구조로의 이행입니다. 한국은 2023년부터 국가핵심광물 전략 비축제도를 도입하고, 해외 자원개발 외교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K-배터리 얼라이언스를 통해 소재부터 완성차까지 산업 수직 계열화를 실현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이른바 Urban Mining의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정책도 활발합니다.

 

이러한 시도들은 에너지 안보와 산업 전략이 융합된 국가 경쟁력의 새로운 축을 형성합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다시금 경제학의 원론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결국 공급망의 구조는 자원의 희소성, 거래비용, 정보 비대칭, 규범적 제약 등 다양한 경제 요인의 복합작용 아래에서 결정되며, 이는 단기 시장균형을 넘어서 중장기 구조적 경제 기획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반도체·자동차·조선 산업을 기반으로 탄탄한 제조업 기반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반이 곧 녹색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탄소집약적 구조는 장기적으로 경제 지속가능성의 제약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전략입니다. 국가 주도의 녹색 산업 클러스터 구축, 중소기업의 녹색 전환 지원, 기술 인증 및 표준화 체계 구축,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외교적 연계까지, 통합적 산업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는 경제 성장률을 성장과 더불어 지속가능한 국가경쟁력의 지평을 넓히는 길입니다.

마치며

현재의 녹색 산업 전략은 국가의 미래를 재정의하는 경제적 기획입니다. 기후위기라는 절박한 배경 위에 펼쳐지는 녹색 전환의 경쟁은, 그야말로 21세기판 산업혁명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과정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정책 패키지가 아닙니다. 그것은 시장을 움직이고, 자원을 재배치하며, 제도를 조정하는 총체적 역량이기도 합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는 가격 메커니즘의 단순 조정보다 훨씬 더 깊고 정교한 접근을 요구합니다. 외부효과, 공공재, 정보 비대칭, 시장 실패, 그리고 제도경제학까지. 모든 경제 이론이 녹색이라는 화두 아래에서 다시 읽히고 있습니다. 결국 현재 국가는 녹색 미래에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면, 경제는 성장하지 않을 것입니다. 녹색은 새로운 경제이며, 초록은 새로운 금보다 귀한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산업 전략이 아니라, 생존 전략. 녹색 산업 전략이야말로, 이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경제 전략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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