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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경제, 기후금융, 경상수지, 경제 이야기

경제

by 경제학자 양나희 2025. 5. 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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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경제의 시대, 지금 우리가 마주한 시대는 기후위기라는 문명의 전환점 앞에 서 있는 중대한 시기입니다. 그러나 그 위기의 이면에는 새로운 경제 질서가 태동하고 있습니다. 바로 환경경제의 부상과 그것이 세계경제 구조, 특히 경상수지 조정 메커니즘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입니다. 그저 탄소세를 부과하거나,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는 차원의 이야기볻다 고차원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제 환경적 제약은 경제 전체의 프레임을 바꾸는 기저 변수로 작용하며, 경상수지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기후위기 이후의 글로벌 경제에서, 전통적인 경상수지 조정 메커니즘은 여전히 유효한가에 대한 답은 복잡함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경제라는 유기체는 수출입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다층적이고 상호의존적인 복합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경제 기후 금융과 국제수지
기후 금융과 국제수지

경상수지 메커니즘

고전적 국제수지 이론에서는 경상수지를 무역수지와 소득수지, 이전소득의 합으로 단순화합니다. 달러화 기준의 수출과 수입의 차이, 해외 투자 수익의 흐름, 그리고 송금과 같은 요소들이 중심이죠. 여기서 일반적으로 수출이 많아지면 경상수지는 흑자를, 수입이 많아지면 적자를 나타냅니다. 이에 따라 외환보유액이 증가하거나 감소하며 환율이 조정되고, 이 환율 변동이 다시 무역흐름에 영향을 주는 일련의 조정 메커니즘이 작동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모델이 탄소 배출권 거래, 국경 탄소조정제도(CBAM), 녹색투자 자본의 흐름 등 환경경제의 요소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경제학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구시대적 모델은 아직도 ‘온실가스’라는 변수의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합니다. 이는 비단 학문적 한계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정책결정에 오류를 낳게 되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보이지 않던 공기가 가격을 갖기 시작한지 오래되었습니다. 환경경제의 등장은 경제학사에 있어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색채를 부여한 것과도 같습니다. 이제 이산화탄소는 그저 무형의 공공재가 아닌, 명백한 비용을 가진 부정 외부성으로 규정됩니다. 경제는 더 이상 단순한 생산과 소비의 총합이 아닙니다. 그것은 탄소의 흐름을 내재한 생태적 총계산서이며, 이 계산서에는 어김없이 기후비용이 따라붙습니다. 이때문에 세계 각국은 국경세 방식의 탄소조정 제도를 도입하거나, 탄소가격제를 정교화하며 무역 흐름에 직접적인 환경 변수를 삽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결국 무역상품의 가격구조를 뒤흔들며, 수출입의 상대적 경쟁력을 재편합니다. 수출 대국이라 불리던 전통적 흑자국조차, 이제는 환경비용을 내부화하지 못한다면 경상수지 구조상 지속적인 적자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탄소세

경상수지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은 조세 메커니즘에서 비롯됩니다. 환경세, 특히 탄소세는 생산비용을 증가시킴으로써 수출상품의 국제경쟁력에 영향을 줍니다. 그러나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수입 대체 효과를 유도하거나, 재생에너지 산업의 부흥을 가능케 하는 구조적 전환을 야기합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환경세가 경제의 공급사슬 구조를 변화시킴으로써 경상수지에 비선형적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전통적인 경상수지 흑자국이었던 독일이나 일본이 향후 탄소중립 비용을 과도하게 부담하게 될 경우, 녹색투자의 수입 확대에 따라 일시적 경상수지 적자를 겪을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계절풍이 방향을 바꾸듯, 한동안의 구조적 무역흑자 기조가 전환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기후금융과 국제수지

경제란 결국 흐름입니다. 자본은 유동성을 따라 움직이고, 금융은 미래 기대를 반영하여 선제적으로 반응합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이 확대되며, 녹색금융이 글로벌 자본시장의 새로운 메인스트림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는 윤리적 투자 경향을 넘어서 탄소중립 달성 시점에 따른 수익률 기대, 녹색채권과 전환채권의 수요 증가, 기후리스크 기반의 리스크 프리미엄 조정은 자본계정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습니다. 그 결과, 기후정책이 선진화된 국가들은 자본 유입을 통해 투자 기반을 확대할 수 있지만, 녹색금융 인프라가 미흡한 개도국은 자본유출이라는 또 다른 리스크에 노출됩니다. 이는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불균형을 유발하고, 국제수지 조정 메커니즘 전반에 균열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처럼 환경경제는 금융의 흐름마저 바꾸고 있습니다. 경제의 전통적 메커니즘이 녹색이라는 새로운 벡터 속에서 굴절되고 있는 셈입니다.

 

국가마다 경제 구조가 다르듯, 기후정책도 제각각입니다. 유럽연합은 CBAM을 통해 수입품의 탄소배출량을 과세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라는 대규모 보조금 정책으로 국내 친환경 산업을 키우고 있습니다. 반면, 에너지 자원이 풍부하거나 산업구조가 에너지집약적인 국가들은 이와 같은 정책을 비관세 장벽으로 간주하며 반발합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것이 바로 정책 비대칭성입니다. 이로 인해 교역구조는 왜곡되고, 경상수지는 정책 기조에 따라 인위적으로 조정될 수 있습니다. 글로벌 경제의 조정 메커니즘이 점점 시장원리에서 정책우위로 옮겨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무역의 자유와 공정성 사이에서 갈등의 지점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마치며

지금까지 우리는 환경경제의 부상이 경상수지 메커니즘에 어떤 파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다각도로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경상수지는 단순한 무역과 자본 흐름의 합산이 아닌, 기후비용과 정책비대칭성, 녹색투자 유인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얽힌 복합지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경제라는 단어는 언제나 수치와 모델의 세계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람들의 선택, 자원의 배분, 그리고 미래를 향한 판단이라는 매우 인간적인 요소의 총합입니다. 환경경제가 경상수지의 미래를 바꾸는 이 흐름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세계경제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셈입니다. 앞으로의 경제는 단지 성장의 크기를 논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누구와 성장할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잃지 않기 위해 어떤 균형을 택할 것인가를 따지는 시대입니다. 경상수지라는 지표 역시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한 하나의 거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경상수지의 흑자가 진정한 번영을 의미하는지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경제는 진정한 경제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관심을 가질때가 되었습니다. 이제 경제는 곧 생태이며, 생태는 경제의 조건이 되었고, 그 조건 속에서 우리의 경상수지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야 합니다. 마치 오래된 시계의 톱니가 새롭게 맞물리듯, 낡은 경제 질서의 경첩을 다시 조율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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